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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한 한국학 고문헌… 열람자 대부분은 정작 중국학자들
등록날짜 [ 2014년10월30일 10시54분 ]

25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도서관의 희귀도서 서고. 이른바 ‘아사미 문고’로 불리는 한국 고문헌 2000여 종이 서가에 꽂혀 있다. 버클리=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25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도서관 희귀도서 서고. 일반인의 출입이 일절 금지된 이곳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특별 감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담당 사서가 출입카드를 대고 두꺼운 철문을 열자 첨단 항온·항습장치와 폐쇄회로(CC)TV가 눈에 들어왔다. 서고 안에는 한중록 필사본 등 한국 고문헌 2000여 종이 빼곡히 보관돼 있었다.

입구에 걸린 명패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풍윈와 희귀서고(FONG YUN WAH RARE BOOK ROOM)’. 중국인 고액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1층 입구 벽면은 물론이고 열람실 곳곳에 중국계 기부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국 기부자의 이름은 한 명도 없고 일본 이름도 드물었다. 장재용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 부관장은 “이름이 동아시아도서관이지만 전체 기부금 중 중국계 비중이 70%에 달해 중국 도서관이라고 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은 90만 권의 도서를 보유해 하버드대 옌칭도서관과 더불어 미국 내 동아시아 고전자료의 메카로 통한다. 특히 버클리대는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판사로 일한 아사미 린타로(淺見倫太郞)가 수집한 고문헌 2000여 종을 1950년경 사들였다.

이날 기자가 서고에 들어가서 펼쳐본 ‘아사미 문고’ 중 ‘한중록’ 한글본은 질 좋은 종이에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유려하고 정연한 궁서체가 아름다웠다. 서체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이 책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바로 옆 칸에는 조선 건국공신 정도전이 쓴 ‘삼봉선생 불씨잡변’의 1456년 목판 초간본이 있었다. 유학자의 시각에서 불교를 정면으로 비판한 이 책 초간본은 국내에는 없다. 1960년대 해인사 대장경판으로 찍어낸 종이 불경은 마치 어제 찍어낸 듯 선명했다. 이처럼 양질의 자료가 많다 보니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아사미 문고를 스캔해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학 연구에서 중요한 고문헌이 많지만 정작 이를 열람하는 한국학 연구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오히려 최근 중국 학자들이 본토에서 이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각종 한국 고문헌을 집중적으로 열람하고 있다.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 관계자는 “중국인 학자들이 조선시대 연행록은 물론이고 양반들이 지은 문집 등을 폭넓게 찾아보며 연구하고 있다”며 “해외 한국학 분야에서 ‘신동북공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주요 대학의 한국학 연구는 한국 이민자 그룹에서 현지에서 태어난 2, 3세 그룹으로 중심축이 바뀌는 상황. 그러다 보니 영어구사 능력은 뛰어나지만 고전 번역에 필수인 한자나 한국어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 고전 원문을 보기 어렵다. 또 미국 대학들이 근현대사 전공자 위주로 한국학 전공 교수를 뽑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 부관장은 “해외의 한국 고문서의 활용과 연구에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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